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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사생활

티맥스 워크아웃의 씁쓸함.



IT에 종사하다 보니 티맥스에 대해 많이 듣기도 하고 지인이 해당 회사와 연관된 경우가 많아 소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티맥스를 접했을때는 Web Application Server 제품과 Framework 제품으로 참 괜찮은 회사였습니다. 국내의 많은 프로젝트에서 해당 제품들을 사용하게 되었고 티맥스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었죠.

2007년쯤이라 생각됩니다.
티베로라는 국산 DBMS를 만든다고 했을때 과연 성공할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IT에 종사하기 전 단순하게 공부만 하던 시절이었다면~ "와 멋지다~~"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IT에 종사하다보니 DBMS라는게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며, 기업들이 검증도 안된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리란것을 너무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 유명한 IBM의 DB2도 국내에서는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과연 티베로가 성공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티맥스가 잘못된 길을 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008년쯤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MS의 윈도우와 호환되는 OS를 만든다고 했을때 "미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사업과 전혀 무관하게 OS라는 제품을 만든다는게 너무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기업을 위한 서버용 OS라면 그래도 이해가 될법도 싶었으나 사실 그것도 상당한 무리수입니다.
사실 기업들은 OS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윈도우 계열 이거나 유닉스 계열이거나 선택은 항상 두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서버를 어떤 제품을 사는가에 따라 OS를 대부분 자동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티맥스가 H/W를 만들지 않는한 OS를 팔긴 어려운 시장입니다.
그런데. 정말 어의없게 범용 OS를 만든다고 하다니요.. 그것도 윈도우와 호환되는~~
윈도우라는 제품이 이렇게까지 안정화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요~!
윈도우 3.1 버전부터 시작하자면 2000이 나오기까지 윈도우는 정말 쓰래기 OS였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도 거치지 않고 티맥스는 어리석게도 범용OS를 만든다 선언하고 발표도 하고 엄청난 돈을 투자하더군요.
여기저기서 티맥스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이 들려왔습니다. 이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티맥스에서 그나마 실력있는 분들은 업무강도와 말도안되는 제품덕분에 많은 분들이 퇴사하였습니다.

2010년초에 절정을 이룬것 같습니다.
친구가 티맥스에 근무했는데 월급이 밀려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사실 월급이 밀린다는것은 회사의 사정이 정말 정말 최악이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구조조정이 감행되어 몇백명이 퇴사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친구녀석은 티맥스에서 퇴사하여 현재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하더군요.
2010년에 들어 티맥스가 망할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인수합병한다는 소문도 들렸고, 자금난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일부를 때어내어 회사를 정리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던거 같습니다.
마침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말았네요..

티맥스를 보면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변변한 S/W 솔루션이 없던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당당히 외산 솔루션 속에서 살아남아 회사를 키워냈습니다. 한국의 MS라해도 좋을만큼 그당시 Jeus 하나만으로도 멋진 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몇번의 정말 어의없는 헛발질이 상황을 이지경으로 만들고 말았네요.
박모 교수가 아무리 욕심이 많고 하고 싶었던 일이라 하더라도 순서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일들인데 무작정 직원들을 몰아붙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말이죠.
그냥 씁슬합니다.

티맥스의 미래는 어떨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능성이 없어보입니다.
회사의 사정이 않좋아지거나 회사가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어지면 직원들이 퇴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중요한건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퇴사하는 분들은 정말 능력이 뛰어나 어디든 갈수 있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정작 끝까지 버티는 분들은 대부분 능력이 없거나 혹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나이가 많은분들일겁니다. 아니면 정말 티맥스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일부 능력자들이거나..
대부분의 유능한 인재를 잃어버린 티맥스입장에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솔루션을 유지하기도 상당히 벅찬 상황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퇴직한 직원들에게 퇴직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는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뢰밭에 뛰어들 유능한 신입직원이나 경력직원은 아마 없을테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티맥스가 국내 S/W업체에 인수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남아있는 제품도 발전시킬수 있고 명맥도 유지해 나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티맥스의 실패가 S/W 업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